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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1-23 14:04
인사이트] 의자에 앉은 코끼리…이 불훅에 얼마나 찔렸을까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1,713  
링링브라더스
지난 14일(현지시간) 146년 역사의 미국 서커스단 ‘링링 브러더스 앤드 바넘&베일리 서커스’(이하 링링서커스)가 오는 5월 고별공연을 한다고 발표했다. 링링서커스의 모회사인 펠드 엔터테인먼트는 서커스단 해체 이유로 경영난을 들었다. 관객 감소와 운영비 증가 등으로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링링브라더스
전통 서커스의 쇠락이 뚜렷한 21세기에 서커스단이 문 닫는 것은 대수로운 소식이 아니다. 하지만 펠드 엔터테인먼트엔 또 다른 해체 배경이 있다. 링링서커스의 대표 상품은 10여 마리의 코끼리가 한꺼번에 등장해 조련사들과 함께 기묘한 재주를 부리는 쇼였다. ‘지상 최대의 쇼’라고 불리기도 했으며 한때 연 관객이 30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동물학대 논란 속에 해체를 결정한 미국 '링링서커스'의 코끼리 곡예 장면과 자신의 손발을 쇠사슬로 묶은 채 동물 서커스에 항의하는 여성 시위자. [중앙포토]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은 육중한 코끼리를 조련시켜 쇼에 등장시키는 게 동물 학대라고 주장해 왔다. 링링서커스 측은 14년에 걸쳐 동물보호단체들과 소송을 불사하는 갈등을 겪었고 지난해 5월 코끼리 쇼를 중단한 뒤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훈련받은 범고래들이 출연했던 미 샌디에이고 시월드의 '샤무 쇼'는 폐지됐다.
앞서 지난 8일에도 또 다른 동물 쇼 중단 소식이 전해졌다. 미 샌디에이고 해양테마파크 시월드(Seaworld)의 범고래 쇼다. 길이 6~8m에 몸무게 7~8t에 이르는 범고래들이 대형 야외 아쿠아리움에서 다양한 음악에 맞춰 유연한 몸놀림을 선보이는 것으로 ‘샤무(Shamu) 쇼’라고도 불렸다. 특히 쇼 시작 무렵 범고래가 꼬리로 수면을 철썩 쳐 물살을 관객들에게 튀기는 동작은 시그니처 이벤트로 사랑받았다.

범고래 쇼 중단의 직접적인 계기는 2013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블랙피시(Black Fish)’다. 이는 2010년 시월드 올랜도에서 쇼 도중 조련사를 물속으로 끌고 가 살해한 범고래 틸리쿰을 다룬 영화다. 사건 발생 당시엔 틸리쿰이 1991년과 99년 총 3건의 인명 살인에도 연루됐다는 게 알려지면서 ‘살인 고래’라는 비난이 일었다.
안전하지 않은 조련사, 행복하지 않은 고래
killer_whales
하지만 다큐는 틸리쿰이 이상 행동을 하게 된 것이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다큐를 찍은 가브리엘라 카우퍼스웨이트 감독은 CBS 인터뷰에서 “조련사는 안전하지 않고 고래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 영화평론가는 워싱턴포스트 리뷰에 “다시는 (범고래 쇼를 하는 시월드가 위치한) 올랜도나 샌안토니오, 샌디에이고로 관광하러 갈 마음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관객 수가 급감하고 시월드 주가도 속절없이 떨어졌다. 여기에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2014년 수족관 내에서의 범고래 번식과 공연을 금지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시월드의 조앤 맨비 최고경영자(CEO)는 언론 인터뷰에서 “고래들이 인간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었다”면서 여론 악화가 관객 감소로 이어졌다는 걸 인정했다. 이른바 ‘블랙피시 효과’다. 시월드 측은 범고래를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적 프로그램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랜도와 샌안토니오에 있는 시월드 역시 2019년께 범고래 쇼를 중단할 계획이다.

두 동물 쇼의 쇠락은 이를 진기한 볼거리로 즐기던 사람들의 생각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무엇보다 동물들이 무대 이면에서 갖은 학대를 당한다는 사실이 폭로된 탓이 크다. 링링서커스의 경우 코끼리 조련 과정을 몰래 촬영한 영상이 웹사이트에 공개돼 파문을 일으켰다. 2009년 ‘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하는 사람들(PETA)’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조련사들은 불훅(bullhook)이라고 불리는 쇠갈고리로 코끼리의 머리·얼굴·몸통을 반복적으로 찌르며 위협했다.

동물 학대는 ‘쇼의 진화’와 맞물려 왔다. 링링서커스가 시작된 1882년에만 해도 미국인들에겐 그다지 즐길거리가 없었다. 당시 서커스단이 영국 런던 동물원에서 사들여 첫선을 보인 코끼리 ‘점보’는 그저 관중 앞에서 걷기만 했는데도 박수갈채를 샀다. 진귀한 동물을 실물로 보는 것 자체가 스펙터클한 경험이던 시절이었다.

20세기 들어 동물 쇼는 영화·스포츠 등 각종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경쟁해야 했다. 더 화려해진 공연은 더 강도 높은 조련으로 이어졌다. 이에 맞서 동물보호단체들의 비판도 거세졌다.

나아가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원 시스템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다. 독일의 한 연구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 수족관에 사는 돌고래의 60%만이 수족관에서 태어났다. 나머지 40%는 바다에서 포획돼 수족관으로 끌려왔다는 얘기다.

포획된 돌고래는 시속 55㎞로 헤엄치던 바다를 떠나 갑자기 작은 풀장에 감금당하는 신세가 된다. 아무리 먹이를 주고 보호한다고 해도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 3건의 살인 사건에 연루된 시월드의 틸리쿰도 두세 살 무렵인 1983년 아이슬란드 해안에서 붙잡혀 2016년 죽기 전까지 이곳저곳의 수족관에서 33년을 살아야 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미 볼티모어에 있는 국립아쿠아리움은 지난해 6월 25년 동안 관광명소로 운영해 온 돌고래 수족관을 없애고 인근 바다에 돌고래 보호구역을 따로 만들어 이주시키기로 결정했다.
동물 쇼, 영화·스포츠와 경쟁하느라 가혹해져
야생 상태의 고래를 관찰하는 프로그램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은 동물 학대 금지를 넘어 광범위한 ‘동물 복지’, 즉 인간이 동물에 미치는 고통이나 스트레스 등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동물에게 심리적 행복을 주자는 주장으로 진화했다. 예컨대 교육적 목적으로 동물을 관찰할 때도 동물원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야생 상태에서 관찰하자는 식이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고래 관찰(whale watching)이다. 대양에서 살고 있는 고래들의 모습을 인간의 개입 없이 지켜보는 이 프로그램은 2008년에만 전 세계적으로 1300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들여 연 21억 달러(약 2조5000억원)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엔 영화나 CF에 동물을 조련해 출연시키는 것도 동물 학대로 보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이에 따라 코카콜라 등 세계 유수 브랜드들은 CF모델을 실제 야생동물이 아닌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대체하고 있다. 여기엔 어차피 동물을 아무리 조련해도 정밀한 특수효과 이상의 스펙터클을 보여줄 순 없다는 판단도 깔렸다.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이 커질수록 이 같은 변화도 거세질 전망이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참고자료=『동물 쇼의 웃음 동물의 눈물』 로브 레이들로 지음, 책공장더불어 펴냄(2013), 『동물들의 소송』 앙투안 F 괴첼 지음, 알마 펴냄(2016)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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