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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2-05 09:26
국회만으로는 안 돼도 국민 뜻 모으면 입법 가능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43  

'공무원 정치기본권 보장' 7개 법안 대표발의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 지난 달 행안위 국정감사 중에 공무원‧교원의 정치기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공무원‧교원이 정치카스트제도의 최하층에 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런 지적을 하게 된 배경을 말씀해주세요.

 

● 저희가 오랫동안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것을 오해하면서 의심을 품지 않고 살아왔었어요. 공무원은 정치적으로 중립해야 한다는 말이 우리 사회에 너무나 당연한 명제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재 권력에 줄섰던 공무원들, 그리고 이번에 최순실 게이트 사태를 방치하는 데 일조하거나 적극 가담한 공무원들... 다수의 성실한 공무원들에 비하면 소수이겠지만 그런 공무원들을 마주치지 않습니까. 헌법상에서 공무원에게 정치적 중립 의무를 부여한 것은 사실상 독재 권력에게 공무원들을 당신의 사적 권력에 이용하지 말라고 명령한 것이거든요. 헌법규정을 보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주겠다는 취지예요. 공무원이기 때문에 정치기본권을 ‘박탈하겠다’가 아니라 권력자들한테 휘둘리지 않도록 보호해주겠다는 게 헌법의 요지인데 그것을 반대방향으로 해석해왔던 거죠. 그렇다보니 심지어 생각을 할 수 있는 민주시민 중엔 공무원도 당연히 포함되는데도 공무원은 로봇처럼 행동해야 하는 양 강요되어 왔던 거죠. 그 결과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는 걸 우린 목격했구요. ‘정치’란 말을 여의도 정치와 정쟁 등 오염된 특정 부분에만 한정시켜 생각하다보니 공무원의 정치 활동도 선뜻 수용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공무원도 기본적으로는 시민이고 우리와 함께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이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직무에 있어 특정정파나 정당이나 정치적 입장에서는 분명히 독립돼야 하지만 개인의 정치적 활동이나 고민은 지속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하는 거죠. 그것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자체가 소위 ‘영혼 없는 공무원’으로서 누군가가 마음대로 이용해도 되는, 사적 이익을 위해 공무원 조직을 악용하는 방식을 용인하게 되는 겁니다. 제가 카스트라는 말을 썼을 때는, 지금 공무원들 중 일부가 페이스북에 ‘좋아요’ 한번 눌렀다가 기소당하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사실상 공무원은 1년 365일 모든 정치적 이슈에는 ‘좋아요’를 누를 자유가 없는, 정치사회적으로 최하층 시민인거죠.

 

△ 지난 8월 2일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7개 법안을 대표 발의하셨는데요. 개정안 내용을 보면 공무원‧교원의 정당 후원과 정당 가입을 허용하고 ‘정치운동 금지’와 ‘집단행위 금지’ 조항 등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국가공무원법에서 ‘상관의 부당한 직무명령에 대해 거부할 권리’를 규정하는 등 한국사회 현실에서 보면 상당히 진보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 개정안 내용 설명을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 상당히 진보적인 내용이라 하지만 상관의 부당한 명령에 대해선 당연히 거부할 수 있어야 하는 거죠. 공무원이 되면서부터 청운의 꿈을 안고 공직이란 어떤 것인지 몇 번이나 되새겼을 분들 아닙니까. 공무원이란 직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는 분들도 부당한 상관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어요. 이걸 문제제기하는 사람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는 것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죠. 부당한 처우와 명령을 거부했을 때 그분을 지켜주지 못하는 제도적인 문제까지 맞물려 있어서 당연한 권리를 이렇게 법으로 정해야 하는 지경까지 와버린 거죠. 법안에 있는 정당 후원과 정당 가입을 허용하는 내용과 정치운동・집단행위 금지 조항을 폐지하는 것은 공무원을 정치적 소용돌이에 몰아넣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공적 이익을 더 중심에 두는 공무원 조직을 만들어내는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심지어 군인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변호사일 때 맡았던 사건 중에 가장 안타까웠던 사건이 하나 있어요. 육사 출신의 장래가 창창했던 육군 대위가 트위터에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리트윗 했다고 해서 상관모욕죄로 기소가 됐어요. 자기 죄를 인정한다고 하면 ‘기소유예’가 될 수 있었지만 그분은 이 부당함과 싸워보겠다고 나섰다가 결국 그분은 유죄로 확정되어 본인의 꿈인 군인을 더 이상 못하게 되는 상황까지 온 거죠. 과연 군인은 그래야 하는가. 그분의 삶의 부당함에 대해 고민하면서 외국의 입법례를 봤어요. 독일의 ‘군인법’을 보면 굉장히 혁신적이예요. 오히려 정치적 자유를 인정해줌으로써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구분하는 세부 매뉴얼까지 등장하게 돼요. 공적인 직무를 할 때는 개개인의 정치적 입장 표명 또는 반영을 제한하는 가이드에 맞춰 일하도록 하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나 권력자의 정치적 입장을 부지불식간에 공무 수행 과정에서 섞어버리잖아요.

독일의 군 인사법을 보면 근무 중 정치적 견해를 나눌 수 있고 그것으로 처벌받지 않아요. 정말 천국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렇게 세부가이드라인까지 규정되어 있으면 되려 자신의 종교, 지지정당, 정치적 견해가 무엇이든지간에 자신이 집행하는 공무에선 어떤 방식으로 정치적 견해와 자신의 공무를 분리할 수 있는지 학습해나가는 거죠.

 

△ 의원님께서 지난 국감에서도 지적하셨듯이 공무원은 SNS에 정치적 의사 표현조차 금지된 상황입니다. 현실적으로는 국회 여건상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이에 대한 대책이 있으신지...

 

● 일반적으로 국회는 숫자의 정치라는 생각들을 많이 하시잖아요. 이미 2016년 총선 당시부터 민주당 혼자 통과시킬 수 있는 법안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물론 협치를 통해, 국회 내 설득을 통해 해야 한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전제겠지만 그러기엔 워낙 정당 자체가 여야로 나눠져 있을 때 사안에 대한 진지한 토론 이전에 정당의 입장만으로 갈음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잖아요. 그래서 실질적으로는 숫자의 정치로 따지고 보면 통과될 수 있는 법안은 하나도 없어야 마땅하죠. 특히 어느 당이 주로 관심을 갖고 미는 법이다 하면 되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아요. 그래서 저는 가능성에 대해선 지난 탄핵과정을 예로 들고 싶어요. 탄핵 당시도 마찬가지거든요. ‘대통령 탄핵 가능할까요’ 하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상식이었죠. 숫자의 정치에서는... 그런데 광장의 에너지 속에 표출된 민의를 확인하고 정말 추상적으로만 보였던 국민들이 구체적으로 다가오는 순간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설득되는가를 우린 봤잖아요. 여전히 대의제를 취하고 있지만 오늘날 SNS 등을 통해 직접민주주의와 여론정치가 확인이 되잖아요. 대의기관으로서 여론에 의해 형성된 구체적인 명령을 그대로 집행해야 하는 역할 속에서도 민심과 괴리되지 않는 검증의 시간들을 수시로 가져야죠. 법안 통과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당 대 당끼리 할 수 있는 것은 뻔해요. 하나 빼고 하나 넣고... 단순한 거래밖에 없거든요. 거기에 중요한 에너지가 보태져야 하는데 그게 바로 추상적으로만 보이는 ‘국민’이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는 거죠. 제가 해야 될 일, 법안을 제안한 사람이 해야 될 일, 법안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해야 될 일은 이 법안 관련 상대 당 의원을 설득하기 위해선 시쳇말로 ‘쿠션’이라고 하죠. 국민을 설득하는 거예요. 국민한테 법안의 내용을 충분히 납득시킬 만큼 설득하고 ‘그런데 장애는 뭐고 반대하는 이유가 뭐예요’ 라고 설명하면서 국민들의 목소리가 모아지기 시작하면 의회도 움직여요. 그 일례가 소방관 처우와 관련된 ‘소방청 독립’건이에요. 절대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일이었거든요. 법안은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의 동의가 있어야 통과가 되잖아요. 그 과정에서 ‘소방관 GO 챌린지’라는 퍼포먼스가 펼쳐지는 가운데 국민들이 의견을 모아주시면서 국회 통과가 가능했던 거죠.

공무원 관련 법들도 마찬가지예요. 그거 되겠어? 또는 이거 어려울 것 같은데 그랬었어요. 제가 제안할 때부터... 하지만 제가 의원님들 톡방에 올렸더니 굉장히 많은 분들이 동의를 해주신 거예요. 어려운 일이지만 이제 발의를 하고 이 논제를 어떤 방식으로든 공론의 장으로 올려야 할 것 같아요. 토론회나 기자회견 등 판에 박힌 방식 외에 그 이상으로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식이 필요하구요. 물론 정치적 주장이라고 해서 매도될 우려 때문에 공무원 조직에서 스스로는 말씀 못 하실지라도 고민들을 보태고 에너지를 어떻게 모을 수 있을지는 다양한 상상력을 가지고 접근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오히려 전체를 다 설명하기보다는 정말 극복하기 어려운 한 가지 정서를 반문하는 방식으로 다가간다든지... 일례로 헌법규정 자체도 잘 모르는 국민들이 많아요. 그 헌법규정이 들어간 게 이런 공무원을 악용하던 위정자들, 박근혜대통령이 전형적이지 않습니까. 문체부 공무원들이 부화뇌동할 때는 그분들이 사적으로 최순실만큼 뭔가 이익을 남길 것이 있어서였을까요. 생각하지 못하는 공무원으로 만들어온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규정이 오히려 그 공무원들에게 국정농단 사태를 묵인하게끔 만들었다고 봐요. ‘아니요’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그런 공무원들을 만들어야죠. 그 역량이 얼마나 든든하겠어요. 최순실이든, 최순실 할머니가 와도 정말 꿈쩍하지 않는 그런 공무원 조직이 되어야죠.

 

△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문제는 노동조합 활동과도 밀접히 관련돼 있습니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 반려, 해직자 복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것도 정권에 비판적인 공무원들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 같습니다. 의원님께서는 해직공무원의 복직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 동의하는 서명도 하신 걸로 알고 있구요. 공무원노조 설립신고와 해직 공무원 복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아마 저희 당 의원님들은 다른 견해를 갖고 계신 분이 거의 없을 거예요. 설명하시지 않아도 될 만큼 필요성과 취지를 공감하고 계시죠. 하지만 국회는 설득해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 일부 야당의 존재를 전제로 해야 하고 그렇다 보니 다수결의 원칙이 아니라 합의제라는 관행 아닌 관행이 있다 보니까 100%가 동의해야 법안이 통과되는 거죠. 그럴러면 같은 얘기일 것 같은데요. 밖에서부터 가져오는 게 굉장히 필요해요. 국회의 현실적 상황은 숫자로 세면 간단히 나와요. 불가능해요. 의회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일은 거의 없어요. 의회와 시민사회, 의회와 국민여론, 의회와 언론이 콜라보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봐요. 이 문제 역시도 당위성에 대해선 이미 합의를 했잖아요. 다만 어떻게 극복해나갈지에 대해선 같이 지혜를 모아야 될 시점인 것 같아요.

설립신고 관련해서도 일부 법률적 개정이 필요하잖아요. 사실상 문재인 정부가 행정권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을 가장 먼저 해오긴 했어요. 왜냐 하면 국회가 녹록치 않으니까... 그걸 갖고 야당에선 ‘행정권을 남용하고 국회를 무시한다’는 프레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저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해야죠. 대통령이 가진 권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하되 법률적 개정이 필요하고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얘기들은 같이 주의를 환기시키면서 역량을 모아내는 고민들을 함께 해야 할 것 같아요. 노조가 우리 여당을 향해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때로는 야당을 촉구해주시고 혼내주세요. 여당은 당연히 최종적 책임자이고 못 되는 것도 결국은 야당 탓이 아니라 우리 탓이겠죠. 하지만 그런 야당을 움직이기 위해선 노조의 힘이 필요하고 국민들의 여론도 필요하다고 봐요. 최종 책임은 저희가 질 테니까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의회의 정치를 활용해주세요.

 

△ 지난 해 7월엔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과 소방청 독립을 골자로 한 ‘소방관 눈물 닦아주기법’을 발의하는 등 소방관 처우 개선과 권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계시네요. 정치기본권을 포함해서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이나 처우 등이 전반적으로 어떤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주세요.

 

●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노동문제에 대한 국민적 고민이나 성숙도가 경제규모에 비해 많이 뒤처져 있는 게 사실인 것 같아요. 국민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것들로부터 배제하는 시도가 너무 공고했기 때문에... 지금도 공무원 증원이나 복지를 얘기하면 쉽게 돌아오는 논리가 ‘공무원 철밥통’이라는 논리거든요. 물론 국민들이 그런 불신을 가지게 된 데는 공무원 스스로 돌아봐야 할 지점도 없지 않겠지만 사실상 사회적 여건이 만들어놓은 것도 있어요. 워낙 사회가 어려워지고 고용이 불안하다보니까 그나마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된 공무원에게 불만의 화살이 돌아가는거죠. 하지만 그 프레임 자체가 공무원의 희생보다는 결국 국민의 희생을 만들어왔거든요. 저는 소방관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소방관 눈물 닦아주기법’이라는 네이밍을 했지만 결국 본질적으론 ‘국민 눈물 닦아주기법’이예요. 공무원의 처우 개선이나 노동기본권을 얘기할 때는 단지 공무원을 위한 법이 아니라 궁극적으론 공공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국민을 위한 법’이라는 프레임을 적극적으로 국민들 앞에 말씀드리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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