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성과연봉제를 한국처럼 국회 논의나 노동조합과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16일 서울 대림동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에서 만난 메리 로버트슨 국제공공노동조합연맹 연구소 객원연구원은 한국정부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해 “주요 선진국에선 외려 성과연봉제를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로버트슨은 국제공공노련 한국가맹조직협의회가 주관해 17일 국회에서 열리는 국회에서 열리는 ‘공공부문 성과연봉제의 문제점과 노동조합 대응방향’ 국제토론회 참석을 위해 이날 방한했다.

그는 “영국에서 1980년대부터 관리자를 시작으로 공무원 등에 대한 성과연봉제가 도입돼 교육·의료분야로 확산됐으나,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2000년대 들어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며 “원래 중앙정부 차원에서 제도 운영을 통제했지만 현재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도록 바뀌고 있고, 감사원에서는 평가등급의 강제할당제 폐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슨은 한국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가 이미 드러난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제도가 저성과자 강제할당방식, 임의적 급여비율 확대, 노동자간의 임금격차 심화, 개별적 임금계약에 따른 노동조합 배제 및 단체행동 저해 등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공공부문이 민간에 비해 임금수준이 높고, 연공에 따른 임금격차가 심해 임금체계 개혁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성과연봉제를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그는 “일반적으로 근속기간이 길수록 직무에 대한 경험·실력이 비례해 증가한다”며 “민간에 비해 공공부문 임금 수준이 높다면 상향평준화할 방법을 찾아야지 하향평준화하는 방식이어서는 안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동기부여는 임금이 아니라 직무에 대한 만족도·사회서비스에 대한 헌신성에서 출발한다”며 “성과급을 바탕으로 한 평가체계는 노동강도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나타날 뿐 오히려 업무 동기를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이어 “스웨덴에서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노조가 제도 도입과정에 참여해 여성·남성간 임금차별 요소를 없애는 등 긍정적으로 제도를 변화시켜 노동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면서, 성과연봉제 도입의 필요조건으로 개인보다는 팀단위 평가, 투명한 평가 제도, 제도 도입·운영과정에 노동자 참여보장 등을 꼽았다. 영국 옥스퍼드대·런던대·리즈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로버트슨은 런던시장 선임정책연구원으로 일했으며, 민영화·신자유주의 등이 주요 연구분야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